국내 대리점들에게 판매 병원·지역을 지정하고 지정된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의 영업을 금지하고 병원·구매 대행 업체 등에 판매한 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부당 행위를 한 국내 의료기기 수입업체인 메드트로닉코리아(유)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7000만 원 부과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메드트로닉코리아 유한회사는 글로벌 1위 의료기기업체 美메드트로닉의 국내 자회사이며 수술 관련 의료기기를 수입하여, 직접 또는 국내 대리점을 통해 병원 등 의료 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코리아 유한회사는 국내 의료 기기 수입 시장에서 수입액 기준으로 1위 사업자며 2018년 기준 매출액은 3221억 원이다.
메드트로닉코리아에서 공급하는 주력 제품군은 ㆍ최소 침습적 치료=외과수술에 사용되는 제품(봉합기, 전파 절삭기, 결찰장치 등) 및 수술 후 환자의 회복과 모니터링 등에 사용되는 제품(환자 감시용 모니터와 센서, 인공호흡기, 기도 삽관용 튜브, 투석용 카테터 등)ㆍ심장 및 혈관=심부전,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 치료 관련 제품(심박동기, 스텐트 등)ㆍ재건 치료=척추질환, 뇌질환 등 재건수술에 사용되는 제품 ㆍ당뇨=혈당수치 측정기 및 인슐린 펌프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최소 침습 치료·심장 및 혈관·재건 치료 관련 63개 의료 기기 제품군을 병원에 공급하는 총 145개 대리점에 각 대리점별로 판매할 병원·지역을 지정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지정된 병원·지역 외에서 영업 활동을 하면 계약 해지나 판매 후 서비스(AS) 거부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계약 조항 등을 두었다. 이에 따라 대리점들은 정해진 병원·지역에만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의료기기를 공급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공정위 조사 개시 후인 2017년 5월부터는 지정된 거래처 외에 영업을 하면 계약을 해지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또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최소 침습 치료 관련 24개 의료 기기 제품군을 병원에 공급하는 총 72개 대리점에 거래병원·구매 대행 업체에 판매한 가격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자신과 거래하는 대리점들에게 병원 등에 판매한 가격 정보를 자신이 운영하는 판매자 정보 시스템에 매월 업로드 하도록 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들이 판매 가격 정보를 제출토록 하기 위해 ▶ 메드트로닉코리아는 판매 가격 정보를 대리점들의 ‘필수’ 제출 사항으로 규정했으며 ▶계약서상에 대리점들이 해당 정보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정보의 정확도가 3개월 연속 85% 미만인 경우에는 서면 통지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다. ▶대리점이 판매 정보를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요구하는 시점에 제출했는지 여부를 대리점의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규정을 두는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조사 개시 후인 2017년 11월부터는 판매 가격 정보 제출을 대리점들의 ‘필수’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대리점들의 판매 병원·지역 지정·제한한 행위 '공정거래법 위반'
또한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계약서상 판매 병원·지역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계약해지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대리점들을 구속하는 정도가 강했다. 이로 인하여 대리점 간 경쟁에 의해서는 공급 대리점이 변경될 수 없게 되는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제품군별 시장 점유율이 높아 대리점들 간 경쟁이 제한되면 병원 등 의료 기기 사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의료 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폐해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현재 메드트로닉코리아가 공급하는 최소 침습적 치료 관련 19개 제품군 중 8개 제품군이 시장 점유율 50%를 초과한다. 2017 회계연도 기준 100% 점유율 제품군은 1개, 50% 이상은 7개며 나머지 30% 이상은 6개다.
이에 메드트로닉코리아는 "판매처 지정 행위는 병원이 1개 의료 기기 품목을 1개 대리점으로부터 공급받는 업계 관행(1품목 1코드 관행)에 따라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메드트로닉코리아의 행위는 코드 관행에 따라 대리점들이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도록 해 대리점 간 경쟁을 막았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구속 조건부 거래)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의2 제7호 나목(거래 지역 또는 거래 상대방의 제한)를 위반했다"면서 시정명령(향후 행위 금지 명령) 및 과징금 2억 7000만 원을 부과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 따르면 ➀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5.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의2' 구속조건부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 따르면 제1항 제5호 전단에서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공정위, 대리점들에게 판매 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행위 '대리점법 위반'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의료 기기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로 자신과 거래하는 대리점을 쉽게 변경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반면 대리점들로써는 메드트로닉코리아와의 거래가 단절되는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거래선을 찾기 어려워,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들에 거래상 지위를 갖는다.
공정위는 "의료 기기는 수요처인 의료 기관 등의 보수적인 구매 성향으로 인하여 메드트로닉과 같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다국적 의료 기기 회사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아, 일반 공산품에 비해 구매처나 판매처가 변경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며 "대리점의 개별 판매 가격 정보는 본사에게 제공되는 경우 대리점의 구체적인 마진율(마진=판매 가격–공급 가격)이 노출되므로 본사와의 공급 가격 협상 등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수 있는 등 대리점이 공개하기 원치 않는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고 유권해석했다.
공정위는 "판매 가격 정보는 의료기기법 등 관련법상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제품 서비스(A/S)·마케팅 활동과도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들에게 이를 제출하도록 강제했는데, 이는 대리점들의 경영 활동의 자율성을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법 조항근거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제10조(경영 활동 간섭 금지) 및 대리점법 시행령 제7조 제2호(영업상 비밀 정보 요구)다.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0조(경영활동 간섭 금지)에 따르면 ①공급업자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대리점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② 제1항의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의료 기기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가 의료 기기 유통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대리점들의 판매처를 엄격히 제한하는 행위가 법위반에 해당됨을 분명히 한 사례"라며 "향후 의료 기기 시장에서 1품목 1코드 관행을 빌미로 대리점의 판매처를 지정·제한하는 경쟁 제한적 거래 형태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본사가 대리점에게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판매 가격 정보를 요구하고 제출을 강제하면 대리점법(2016년 12월 23일 시행)에 위반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 이번 시정조치는 본사-대리점 간 거래에서 본사가 대리점들에 판매 가격 정보 등 영업 비밀 정보를 요구해 이를 대리점 공급 가격 등에 반영하는 행위가 근절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여타 의료 기기 분야에서도 대리점들의 판매 병원·지역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와 대리점들의 영업 비밀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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