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흉기 난동 늘어나도 ‘맨몸’으로 막아라?
방검장비 외 보유장비 대부분은 삼당봉, 호신용 스프레이, 가스총, 바디캠 수준... 36.8%(356개소 의료기관)는 이마저도 없어
최근 5년간 의료기관 내 발생한 강력 및 폭력범죄 1만 2875건-日평균 7건 이상 발생...살인 및 살인미수도 90건이나
인재근 의원 “보안전담인력 의무 배치 의료기관이 보안장비도 다양하게 구비하도록 법령·제도 개선해야”
# 지난 9월 4일, 경북 칠곡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종합병원에 입원해있던 환자 A씨가 휘두른 흉기에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 B씨가 숨졌다.
# 지난 8월 22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흉기 난동을 피운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C씨는 의사가 재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협박할 생각으로 칼을 갖고 왔다고 진술했다. 한편 C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서울대학교병원 보안요원이 신체 일부를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 현행 '의료법' 제36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39조의6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정신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보안전담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는 불상의 사고를 저지하고 대응하는 인력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는 뜻이다.
보안전담인력이 배치된 의료기관의 약 56.0%는 방검복, 방검장갑 등 방검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인재근 더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23년 6월 기준 100병상 이상의 병원·정신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총 953곳으로, 이 중 거의 대다수 의료기관(934곳)에 보안전담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최근 의료기관에서 범죄 행위, 그중에서도 칼과 같은 도검류를 사용한 위해사건이 꾸준히 발생함에 따라 보안전담인력의 필요성과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보안전담인력이 배치된 의료기관의 방검장비 등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유 현황을 회신한 의료기관 총 967개소 중 약 56.0%에 달하는 542곳은 도검류를 방어할 수 있는 방검장비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검장비 외에 의료기관이 갖고 있는 장비는 대부분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가스총, 바디캠 수준이었다.
그나마 이러한 기타 장비마저 없는 의료기관은 356개소에 달해 전체(967곳)의 약 3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무런 장비도 갖고 있지 않은 의료기관 중에는 상급종합병원도 2곳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및 폭력범죄는 1만 287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7건 넘게 발생한 셈이다. 같은 기간 발생한 강력범죄 중에는 강제추행이 158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 75건, 방화 72건 순이었다. 살인(48건)과 살인미수(42건)도 90건이나 발생했다. 폭력범죄는 폭행이 717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상해 1847건, 협박 744건 순으로 집계됐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흉기를 이용한 범죄 행위가 빈발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의료기관 보안전담인력은 이들을 맨몸으로 막아야 하는 실정이다. 보안전담인력은 물론 의료기관 내 의료진과 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라며, “의료기관이 보안전담인력의 배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안장비를 보유하는 일에도 신경 쓰도록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의료기관 보안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안전담인력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한 행동은 면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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