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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사원총회 소송 최종 판결-“정관 위배 무효”
협회 현 집행부, 한의계 내부 혼란·대립 자초 비판에 직면
남부지법, '사원총회결의무효확인소송' 원고 승소 판결

최근 사단법인의 의사결정과 관련, 주목할만한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한의사 이정규 외 48명이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대표자 김필건)를 상대로 제기한 사원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의 판결이 바로 그것.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진창수)가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려 사원총회 개최와 관련하여 사실상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한의협 집행부의 임시대의원총회 무효주장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2013년 7월 14일 개최된 한의협 임시대의원총회(이하 임총)에서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논의 참여’와 ‘천연물 신약사태로 태동한 비대위에 대한 재감사 실시’에 대한 결의를 했다.

그러나 한의협 집행부는 임시 대의원총회의 무효를 주장했고, 급기야 정관이 아닌 민법을 들어 9월 8일 ‘사원총회’라는 보건의료계내 전대미문의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대의원총회와의 정치적 대립을 야기했다.

이를 통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논의 참여 불참을 비롯하여 임시대의원총회 책임을 물어 의장단·감사단 전원과 78명의 대의원을 해임하고 3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징계조치 등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한의계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 전반에 영향을 주어 대한의사협회 또한 대의원총회와의 갈등을 사원총회로 돌파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며, 타 단체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있는 등 보건의료계 전반에 충격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원총회의 결정에 대해 한의협 대의원총회 의장단과 감사단 6명이 사원총회결의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을 제기했고 징계 처분에 처한 한의협 대의원총회 대의원 중 43명 또한 별도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소송에서는 한의협의 사원총회가 개최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이 흠결되었음은 물론, 문책조치에 있어 문책사유의 특정과 소명기회의 부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등의 이유로 해서 사원총회 결의 중 원고들에 대한 해임 및 징계(3년간 피선거권 제한) 부분을 무효로 하는 가처분이 인용됐다.

이후 다시 제기된 본안소송에서 원고들의 피선거권을 3년간 박탈하는 징계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나머지 결의는 시기 경과 등의 사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각하됐다.

재판부의 최종 판결문에 따르면 한의협의 정관에서 사원총회가 필요한 경우로서 ‘회원투표’와 ‘해산’의 경우만이 규정되어 있고, 징계절차 또한 정관에 따라야 함을 밝히고 있어, 민법에 근거했다고 주장하며 사원총회가 대의원총회의 권한을 포괄한다는 논리로 한의협의 정관에 명시된 회원투표 대신 이루어진 한의협 사원총회의 결의 자체가 정관을 위배, 사실상 무효임이 밝혀졌다.

해당 판결은 원고와 피고 모두가 항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최종 확정되어 그 효력을 갖게 되었고, 한의협 집행부는 대의원총회와 집행부간의 갈등 구조에서 정관상의 회원투표 대신 강행한 사원총회가 사실상 무효에 이르게 한 책임은 물론 불필요한 한의계내 혼란과 대립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가처분 소송을 담당했던 고한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찬란한 아침)는 “법원은 가처분 결정문에서 한의협의 이번 사원총회 방식이 집행부 등이 회원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고, 개최과정에서 중립성·공정성을 흠결해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본안소송 역시, 이미 결의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거나, 새로운 의장단이 선출되어 굳이 지금 무효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 외에는, 정관에 반해 회원을 그 직위에서 해임, 자격박탈을 한 결의가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고 해석했다.

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관이 정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지키지 아니한 ‘다수결’은 결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판결은 향후 보건의료계는 물론 각종 사단법인내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이며, 한의협 현 집행부가 이번 판결의 후폭풍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 나아갈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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