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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사회봉사상, 이정호 성공회 신부 선정
23년간 외국인노동자·한센인 등 복지향상-인권보호 역할
이정호 신부, "상금은 말기암·치매 환자 호스피스병원 건립에 쓸 것"
▲이정호 성공회 신부
제25회 아산상 사회봉사상에는 지난 23년간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한센인의 대변인으로 그들의 복지향상과 인권보호 등 권익 향상을 위해 꾸준히 힘써온 이정호(남, 56세) 성공회 신부가 선정됐다. 사회봉사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원이 주어진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관장을 맡고 있는 이정호 신부는 한센병 환자촌 ‘성생마을’의 사제로서 소외받은 한센인들을 보살폈고, ‘성생마을’ 안에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샬롬의 집’을 세워 운영하면서 그들의 인권, 노동권 향상을 위해 헌신해왔다.

이정호 신부는 1990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에 자리 잡은 ‘성생마을’의 성공회 관리 신부로 부임하면서 한센인과 인연을 맺었다. ‘성생마을’은 1960년대 성공회가 한센병 환자들이 정착해 살 수 있도록 마련해준 곳이다. 오랜 시간 사랑을 실천하면서 한센인과 가족처럼 지낸 이 신부는 1993년 한글, 한문, 교양 교실을 운영하고, 2011년에는 ‘한센인 행복학습관’을 여는 등 한센인의 자립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애썼다.

한센인에 대한 이 신부의 사랑과 관심은 지극했다. 보호자 없이 세상을 떠난 한센인의 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2011년에는 이 신부의 헌신에 감동한 한센인 단체가 그를 한빛대상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1990년 이 신부가 부임했던 한센인 마을 인근에 가구공단이 생기면서 외국인노동자가 마석으로 유입됐다. 교회를 찾는 외국인노동자도 부쩍 늘게 되자, 이 신부는 영어로 미사를 집전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어려운 처지도 알게 됐다. 낯선 타국 땅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데다 임금까지 체불된 외국인노동자들의 삶은 불안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장밋빛 미래는 음주와 폭행, 도박과 마약으로 얼룩져갔다. 곁에서 지켜볼 수만 없었던 이 신부는 1992년 교회 옆에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쉼터 ‘샬롬의 집’을 세웠다. ‘샬롬의 집’은 의지할 데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안식처가 됐다.

이 신부는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음주와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 중재에 나섰다. 이국땅에서 병을 앓거나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노동자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게 돕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1996년 스스로 성공회에 청원해 성생마을 주임신부로 정식 부임한 이 신부는 본격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나섰다.

1997년 ‘샬롬의 집’을 확대해 열고, 교회 헌금으로 외국인 노동자 상담을 위해 담당 직원을 고용하는 등 사업을 넓혀나갔다. 1999년에는 ‘이주노동자의료공제회(現 한국이주민건강협회)’를 출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사고가 나면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해서였다.

현재 ‘한국이주민건강협회’는 전국 700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1천 3백여명에게 진료비와 약제비를 40~7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복지센터를 열었다. 성공회가 보유한 30억원 상당의 토지를 남양주시에 기부 체납했고,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센터를 지어줬다.

2007년에는 법률지원강좌를 개설하고 법률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외국인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신부는 외국인노동자뿐만 아니라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적응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2006년 한글교실, 요리강좌 등 국내적응교육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천연비누제조업체, 지역아동센터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취업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07년에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돌봐주는 ‘무지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을 위해 2006년부터 지역아동센터 ‘한울타리 공부방’을 운영하고, 2007년부터는 지역결식아동 350명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도시락 제공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저소득층의 자립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평생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이 신부가 사제의 길에 들어선 건 우연이었다. 대학 체육학과 시험에 2년 연속 낙방하고, 해병대에서 제대해 진로를 고민할 때였다. 성공회 신부가 사제의 길을 권했고, 평소 헌신하는 사제의 삶을 존경하던 그는 1982년 성공회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성공회대에 다니던 이 신부가 2층에서 떨어진 장애아동을 응급실로 옮기게 된 일이 있었다. 당시 아픈 것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장애아동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로 사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을 텐데 상을 받게 되어서 부끄럽네요. 1990년 이곳에 들어온 뒤 줄곧 약자들을 위해 살아온 데 대한 격려라고 생각해요. 성공회에서 말기암과 중증 치매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산상 상금은 이곳에 사용할 계획이에요.”

이인선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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