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이 합당한 일은 아냐"
"이 사태 당사자 전공의하고 의대생들, 의견 수렴하고 더 듣겠다"
▲박형육 의협 비대위원장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투쟁 방안에 대해 "당장은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여러 직역들의 의견을 모아서 상황 변동에 따라서 대처할 예정"임을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21일 제1차 회의를 열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감대를 갖고서 여러 직역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투쟁을 하고 비대위라는 틀 안에서 같이 논의를 하기로 결정을 한 것"임을 밝혔다.
이날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투쟁과 관련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되겠죠. 어저께 비대위도 저녁에 7시 반에 회의를 시작했다. 지방에서 환자 진료하고 또 각자 일을 하다가 밤늦게 모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일반인처럼 자기 일다 내팽개치고 낮에 나와 그럴 수 없는, 의사로서의 숙명이 있다"며 "이런 것을 고려해서 여러 투쟁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지, 무조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이 합당한 일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각 직역들이 여러 투쟁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비대위는 전체를 아우르면서 같이 하겠다"며 "이 사태의 가장 당사자는 전공의하고 의대생들이다. 그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더 듣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느냐는 것에 궁금증도 있으리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제 회의에서 이게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일정한 수의 대의원들이 동의를 해 주셔야 되는데 사실 한 분도 의견을 말씀하신 분이 없다"며 아예 논의 자체가 안 됐다"고 못박았다.
박 위원장은 "정말 대화라면 비대위나 의료계가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 할 텐데 지금은 대화의 껍질만 있고 정부가 여태까지 저질러온 것을 그냥 받아들여라 하는 형태의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며 "비대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임을 전했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이에 대한 이해가 될수록 서로를 향한 비난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며 "국민들에 대한 신뢰 회복 방안인데, 역시 어려운 문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뭔가,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된다.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할지언정 이런 주장을 하고 이런 의견을 갖고 있구나 하는 것들은 국민에게 알려질 때 좀 더 이해를 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박 위원장은 "문제는 내년에 6천 명, 많게는 7500명을 과연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인지 인데, 그런데 임상 실습을 돌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보통 예과와 본과로 나뉘어진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은 본과 즉 2년 후에 본과 3학년 부터 하기도 하지만 많은 의과대학은 예과 2학년으로 내려와 있다. 그래서 1년 만 지나면 해부학 실습 같은 생리학 실습을 해야 되는데 과연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많은 대학들이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교육부가 판단을 해 주셔야 된다"며 "판단의 근거는 총장이나 보직 교수들이 아니라 의대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평가를 해야 된다. 그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임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서 비대위는 전날 제1차 회의를 열어 ▶정부의 의료 농단에 맞서 싸워 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의학교육과 수련환경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전공의, 의대생은 물론 의과대학 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정부의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2025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그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임을 경고했다.
이인선 기자 dailymedipharm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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