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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연구위원회, ‘원숭이두창’ 관련 건강정보 제공


전세계 유행 가능성 및 예방법, 백신과 치료제 현황 등 담아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는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Monkey Pox)과 관련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내용의 건강정보를 26일 제공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속해있는 폭스바이러스과(Poxviridae Family) 올소폭스바이러스속(Orthopoxvirus Genus)에는 △두창 바이러스(Variola virus/Smallpox virus)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 △우두 바이러스(Cowpox virus)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 등 네 가지 중요한 바이러스가 있다.

올소폭스바이러스속에 포함된 바이러스들은 외피를 가지는 DNA 바이러스로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면역이 생기면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면역을 가지는 ‘교차면역반응’이 나타나고 ‘동일한 치료제’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원숭이두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소폭스바이러스속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감염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두창(천연두, 마마)은 두창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인간이외에 다른 동물 숙주는 없다. 고대시대부터 존재했던 감염병으로 전파력이 높아 팬데믹이 자주 나타났고 20세기에만 두창 팬데믹으로 3-5억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사망률도 높았다.

고대부터 다양한 두창 예방법이 시도되었고, 두창 환자의 고름이나 피부 딱지를 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하는 인두법이 일부 효과가 있었으나 한계가 있었다.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에 걸린 사람은 두창에 잘 걸리지 않는 현상에 착안하여 우두에 감염된 사람의 고름을 접종하는 우두법을 활용한 세계 최초 두창 백신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우두법은 예방 효과 및 치사율 감소 효과가 있었지만 우두 환자의 고름을 활용하다보니 접종 원료 수급의 한계가 있었고 매독 전파 위험성 등으로 인해 널리 시행되지는 못했다.

1940년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접종하면 두창 바이러스를 비롯한 올소폭스바이러속 전체에 대한 교차면역이 유도된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송아지 등의 피부나 림프에서 배양하여 동결건조 형태로 만든 1세대 두창 백신이 개발되었다. 백신 접종 후 두창 환자가 급감하였고 1977년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1980년 WHO는 두창의 전세계 종식을 선언했고 지금까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1958년 두창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되어 원숭이 두창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주된 숙주는 쥐 등의 설치류이며 영장류 및 야생동물들도 숙주가 될 수 있다. 인간 감염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원숭이두창은 유전학적으로 중앙아프리카계통과 서아프리카계통으로 구분하며 해당 지역의 풍토병으로 감염된 동물과의 밀접 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다. 주로 감염된 동물의 체액을 직접 접촉할 때 사람에게 전파되며 잘 익히지 않은 야생동물 섭취 후에도 걸릴 수 있다. 감염된 사람의 피부 병변, 침구, 호흡기 분비물에 접촉한 경우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지만 드물게 보고된다.

그런데 최근 유럽, 북미, 호주, 중동 등 전 세계적으로 수백 명의 원숭이두창 확진자 및 의심환자가 발생하였고 서아프리카형계통으로 파악됐다. 감염된 동물과의 밀접 접촉이 아닌 사람 간 밀접 접촉을 통한 전파 양상을 보여 관련한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염 후 1-2주(최장 3주)의 잠복기를 지난 후 발열, 두통, 근육통, 림프절 종대가 먼저 나타나고 1-3일 후에 얼굴, 몸, 손바닥, 발바닥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서 다른 부위로 퍼진다.

두창은 림프절종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원숭이두창과의 감별점이 된다. 치사율은 1-10%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서아프리카계통보다 중앙아프리카계통의 치사율이 더 높게 보고된다.

우두는 우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름과는 달리 소에서 흔히 발견되지는 않고 주로 들쥐로부터 집고양이가 감염되어 전파된다. 사람에게 감염 시 국소적인 수포성 농포성 발진이 주로 손, 얼굴, 목에 발견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교차면역반응을 이용한 우두법이 두창 예방 접종에 활용되기도 하였다.

백시니아증은 백시니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인체 감염은 극히 드물지만 목축업 종사자에게서 보고된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병 유발보다는 두창 백신의 원료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원숭이두창 백신

현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유 백신은 없으며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의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 예방에도 사용될 수 있다.

두창 백신은 그 특징에 따라 1-4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와 2세대 백신은 제조 방법의 차이로 구분된다.

1세대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송아지, 양 등의 피부나 림프에서 배양하여 제조된 백신으로 해당 동물에 노출되어 있던 다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었다. 2세대 백신은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자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무균적 세포 배양하여 제조한다.

그런데 1세대, 2세대 백신 모두가 접종된 백시니아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복제가 가능하고 이로 인한 진행성 백시니아증, 심근염, 뇌염, 각막염 등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백신 이상 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부, 수유부, 면역저하자, 습진 또는 아토피 피부염을 가지고 있는 환자 등 접종할 수 없는 대상자가 많다.

또한 백신 접종 방법이 까다로워 분지침을 피부와 직각이 유지되도록 해서 3초 안에 15회를 찔러야 하고 그 찌른 자국이 직경 5mm의 가상의 원 안에 모이도록 해야 하고 생백신이라 의료진이 접종하다 감염될 수 있어 접종 전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국내 개발한 2세대 두창 백신을 접종이 까다로운 분지침이 아니라 피하 패치 형태로 투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1세대와 2세대 두창 백신중에 아직 국내외에서 원숭이두창에도 사용하도록 정식 승인된 백신은 없지만 교차면역반응을 고려하면 원숭이두창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콩고에서의 한 연구에 의하면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85% 정도 예방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국내에는 오래 보관해온 1세대와 국내에서 개발된 2세대 백신을 합쳐 3,500만 명분 정도가 비축되어 있는 상태다.

3세대 두창 백신은 두창 백신의 중증 이상 반응을 개선하기 위해 세포생물학적 방법이 적용되어 개발되었다.

3세대 두창 백신 중에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사의 두창 백신은 2019년 미국 FDA에 의해 원숭이두창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이 확대되어 승인되었고, 유럽에서는 아직 원숭이두창에 대해 사용 승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유럽 유행 상황에서 ‘오프-라벨(off-label)’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백신은 미국에서는 ‘진네오스(Jynneos)’, 캐나다에서는 ‘임바뮨(Imvamune)’, 유럽에서는 ‘임바넥스(Imvanex)’로 불린다.

이 백신에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비복제형 백시니아 바이러스가 들어있어 진행성 백시니아증 등의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1세대와 2세대 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던 면역저하자 등에게도 접종이 가능하며 기존 두창 백신에 비해 중화항체유도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백신을 대규모로 비축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정도이며 우리나라도 두창 및 원숭이두창의 유행에 대비하여 기존에 비축된 1세대 및 2세대 백신보다 훨씬 안전하고 접종 금기 대상이 거의 없는 3세대 두창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4세대 두창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항원성은 유지하고 병원성을 낮춘 백신으로 아직 연구 단계로 상용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원숭이두창 치료제

원숭이두창 환자에게 직접 투여되어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일반적으로 증상에 따른 대증 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있다.

시도포비어(cidofovir)는 AIDS 환자의 거대 세포 바이러스 망막염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며, 올소폭스바이러스속 치료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관련하여 국내외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다.

브린시도포비어(brincidofovir, Tembexa, 템벡사)는 두창 치료 목적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나 원숭이두창 치료 목적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 TPOXX, 티폭스)는 두창 치료에 대해서 미국 FDA, 유럽 EMA, 캐나다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다. 또한 원숭이두창 치료에 대해서는 유럽 EMA 승인을 받았다. 아주 고가의 약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량 비축 중으로 우리나라도 두창 및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에 대비하여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두창의 팬데믹 가능성 및 예방법

원숭이두창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감염된 동물과 사람 간의 밀접 접촉에 의한 전파가 주된 감염 경로이며 사람 간 전파는 가능하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람 간 전파로 추정되는 원숭이두창 유행이 유럽, 북미, 중동 등의 국가에서 확인되면서 바이러스 변이가 생겼거나 새로운 전파 경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크기가 크고 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RNA 바이러스와는 달리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으며 새로운 변이가 나타난다 해도 전파력이 급증하거나 새로운 전파 경로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근의 유행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밀접 접촉이 있었던 특정 상황에서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최장 3주에 이르는 긴 잠복기를 거친 후 각자의 생활 터전에서 증상이 나타나서 전세계적 유행 양상으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으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특성상 향후 장기간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감염을 유발하여 전세계 에피데믹이나 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국내에도 환자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상엽 KMI 연구위원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원숭이두창은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며,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역학적 연관성과 증상이 중요한데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다녀온 후 3주 이내에 발열, 근육통, 림프절 종대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에 연락하여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숭이두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및 최근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여행할 때 야생동물과 유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씻기 등의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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