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사업 수익으로 근근이 흑자 유지...진료수가 원가에 못 미친다는 점 입증
바른의료硏, 공개 청구 건보공단의 2009년부터 2018년도까지 손익계산서 분석 결과
▲일산병원의 지난 10년간 손익계산서 분석 |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민간병원에 비해 경영여건이 훨씬 나음에도 불구 거의 매년 의료수익이 적자인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보다 훨씬 낮은 저수가 체계 때문이다."
이는 일산병원이 의료수익으로는 적자이나 부대사업 수익으로 근근이 흑자를 유지한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는 지적이다.
바른의료연구소가 공개 청구한 건보공단의 2009년부터 2018년도까지 10년간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의료 수익이 흑자인 해는 2016년 19억 원밖에 없었고, 나머지 해는 적게는 42억 원부터 많게는 211억 원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간 총 적자액은 1139억 원으로 연평균 114억 원씩의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경상이익은 2012년과 2013년도에만 각각 48억 원, 19억 원의 적자를 나타냈고, 나머지 8개 연도는 적게는 4300만 원부터 많게는 107억 원의 흑자를 기록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10년 중 8개 연도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바로 시설운영 수익 때문이었다. 시설운영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장례식장 운영이다.
2018년 한 해 장례식장 운영으로 81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장의용품 매입비와 장례식장 급식재료비를 합한 25억 원을 제하더라도 무려 5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장례식장 운영에 의한 순수익이 없었다면, 일산병원은 2018년도에 30억 원의 적자를 보았을 것이다.
결국 지난 10년간 일산병원은 장례식장 운영으로 총 601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비용을 제하고도 516억 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일산병원의 지난 10년간 손익계산서 분석 |
만일 장례식장 수익이 없었다면, 일산병원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해는 8개 연도에서 4개 연도로 대폭 축소됐을 것이다.
더욱이 민간의료기관과는 달리 일산병원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병원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및 증축 비용이 모두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됐다. 초기 건축비 예산 2400억 원, 2014년 본관 증축 비용 399억 원, 2017년 증축 공사 152억 원, 2018년 주차장 신축 228억 원 등이 지원된 것이다.
즉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고 시작해야 하는 민간의료기관과는 달리 일산병원은 이자 및 부채상환 부담이 거의 없다. 이처럼 민간병원에 비해 경영여건이 훨씬 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의료수익이 적자인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보다 훨씬 낮은 저수가 체계 때문이다.
▶일산병원, 원가계산자료 활용 원가보전율 산출
실제 건보공단은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한 적이 있다.
연구자들은 일산병원이 공공성과 신뢰성을 갖춘 표준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자 직영병원으로서 개원 초기부터 활동기준 원가계산시스템을 구축해 신뢰도 높은 원가계산자료를 산출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에 사용된 적용 원가보전율은 일산병원의 2013년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이다.
연구 결과 진료영역별 적용 원가보전율은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치료료, 이학요법료, 정신요법료 등은 원가 이상이었으나, 진료영역 중 가장 중요한 진찰료와 입원료는 원가의 절반 수준인 50.5%와 46.4%에 불과했고, 전체 평균 역시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78.4%이었다.
요양기관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에서 각각 84.2$, 75.2%, 66.6%, 62.2%에 불과했다.
▶"적정수가 보상에는 눈감고, 보험자 병원 확충에만 혈안인 건보공단"
일산병원의 의료수익 적자 행진과 공단 용역보고서에서 드러난 낮은 원가보전율 등을 공단 역시도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보험자인 공단은 적정수가를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해 실천에 옮겼어야 한다는게 바른의료연의 주장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오히려 직영하는 보험자 병원의 확충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 해 8월 공단은 '원가조사체계 구축을 위한 보험자 직영기관 확충 방안 마련 연구'연구용역을 위탁했고(연구비 1억 원), 올해 3월 21일에는 '원가조사 체계 구축과 보험자 직영병원 확충'을 주제로 국회토론회도 개최했다.
일산병원 한 곳의 자료만으로는 전체 의료기관의 대표성 있는 원가정보 산출이 어려우니, 제2, 제3의 보험자 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호 보험자 병원인 일산병원은 이미 진료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바른의료연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보험자 병원을 많이 확충하면 무엇 하느냐며 확충한 병원에서 일산병원과 동일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더 많은 보험자 병원 확충에 나설 것 아니냐"며 "결국 공단의 보험자 병원 확충 방안은 저수가를 애써 인정하지 않으면서 적정 수가를 보장해주지 않으려는 꼼수일 뿐만 아니라 보험자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아주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맹공을 폈다.
바른의료연은 "공단이 건보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는 일산병원이 지난 10개 연도 중 9개 연도에서 의료수익이 적자라는 사실은 진료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저수가임을 의미한다"며 "공단의 보고서에서도 일산병원 원가계산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원가보전율이 원가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2017년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계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2017년 8월 31일에도 "이번에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의료수가의 적정화가 같이 동반돼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도 지난 해 5월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정부는 적정수가 보장을 통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비만으로 병•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은 문 대통령의 약속”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공단 이사장은 대통령의 약속을 완전히 깔아뭉개고 있다"는 바른의료연은 "건보재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일산병원조차도 진료수익으로는 적자인데, 민간의료기관들은 과연 어떻겠느냐"고 반문하고 "건보재정 지원도 없고, 장례식장도 없고, 임대해줄 시설조차 없는 민간의료기관들은 진료수익만으로는 도저히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가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초저수가, 급격한 인건비 상승, 문 케어 등으로 의료기관들은 병의원을 운영할수록 적자만 쌓여가고 있다. 정부와 공단은 민간의료기관들의 줄도산과 폐업이 바로 눈 앞에 있음을 직시하고, 즉각 적정수가 보장에 나설 것"을 강력 촉구했다.
이인선 기자 eipo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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